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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산행

2010년쯤 대모산 구룡산에서 맨발 걷기를 처음 시작했다. 산행 후 몸에 이상 징후를 느껴 신체에 어떤 영향이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그 후 가끔 맨발 산행을 하다 올여름 새벽, 남한산성 맨발 산행을 20회 차 진행했다.  맨발 산행 중 마음이 변해 신발을 신을까봐 아예 신발을 벗어놓고 올라갔다. 잔도를 불태운 것이다.  뾰쬭한 잔돌의 자극은 커서 넓적한 떡갈나무 잎이나 가지 채 떨어져 누워있는 솔잎 덩이를 보면 밟고 지나갔다.  혹사당한 발바닥은 찰진 흙과 금방 떨어진 탱탱한 나뭇잎을 원했지만 오장육부는 더 강한 자극과 압박을 원했다.  최근 어싱 붐이 조성되어 '장소불문' 맨발로 다니는 사람들을 자주본다. 공원 화장실 세면대에서 발씻기 삼가 등 에티켓을 잘 지키면서 모두가 건강한 삶을 누렸으면....

나의 이야기 2024.09.16

자전거 도둑

이태리 영화 '자전거 도둑' 과 김소진 소설 '자전거 도둑' 은 벽보를 보거나 외곽에서 자전거를 탈 때 소환된다.  8년 동안 잘 타고 다녔던 자전거를 4월에 잃어버렸다. 비싼 자전거도 아니고 안장 일부가 띁겨져 있어서 훔쳐 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동안 잠금장치를 하지 않고 열쇠고리를 8자로 걸쳐 위장해 놓은 상태였다.  자전거 거치소를 지날 때마다 분실된 자전거가 아른거려 다시 보고, 또 되돌아 보기도 했다. 신고를 할까 하다가 오죽 급했으면, 얼마나 타고 싶었으면...그리고 이것은 도난이 아니라 분실이라고 생각을 돌렸기에 신고 직전에 멈추었다.  자전거 존재를 그동안 가벼이 여겼다. 존재가 사라지니 존재가 그리웠고 소중했다.그러다 뜻밖에 새로운 자전거를 마련하게 되었다.   오늘은 먼..

나의 이야기 2024.08.21

여행..

구례 운조루 한옥마을에서 하루 숙박했다. 고택답게 손가락만한 지네 한마리가 새벽 침실에 출몰해 기겁했다. 파리채에 힘을 실어 때렸으나 바로 죽지는 않았다. 파리채에 얹어서 급하게 토방으로 내던졌으나 그 지네의 생사는 지금 알 길이 없다.  산자락에 얇은 띠를 두른 산안개가 연기처럼 흩날리는 아침 시간, 돌담에서 만난 한옥 주인장은 개복숭아를 따서 맛보라고 했다. 아직 덜익은 개복숭아지만 아삭아삭거리고 상큼해 영양가가 살아있는듯했다.  일박을 한 후에 하동마을과 화개장터를 지나 섬진강을 따라 남해로 갔다.  이순신 장군이 전사했던 남해대교 일대 노량과 그 너머 작은 섬에 배를타고 건넌 후 맨발로 해안을 걸었다. 이순신과 무능한 선조가 겹쳐서 떠올랐다.  조정을 능멸하고 임금을 기만했다고 이순신을 파직했던 ..

나의 이야기 2024.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