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배불뚝이처럼 두꺼운 브라운관 TV를 버리고 슬림 하고 화질이 좋은 평면 TV를 거실에 설치했다.
수많은 채널 가운데 영화 전용 채널이 눈에 들어오긴 했지만 돈을 내고 이용한 적은 없었다.
기능을 활용해보지 않으면 왠지 시대에 뒤떨어지고 손해 보는 것 같아 언젠가는 이용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차에,
코로나 사태로 관람을 놓쳤던 영화 '남산의 부장들'을 보기로 했다.
이용료 5천 원의 본전을 뽑겠다는 생각, 그리고 함께 보는 재미를 느껴보고자 가족을 종용해서 TV 앞으로 모여
영화를 관람했다.
그러나 가족들은 폭력성이 있는 내용보다는 오락이나 연예인 프로를 선호해서인지 그리 흥미를 느끼지 않다가
각자 흩어져 결국 혼자서 관람했다.
영화 관람 후, 34년 전에 탐독했던 누렇게 색이 바랜 '김형욱 회고록' 을 책장에서 찾아 다시 읽었다.
고백이 담긴 참회록의 대가로 정보부장을 지낸 김형욱은 파리에서 납치 실종됐다. 사라진 '남산의 부장' 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