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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당신-마종기
윤영한
2020. 10. 22. 14:06
구청 비서실 직원들과 팔당댐 인근 산자락을 산보했다.
예정에 없이 근처 작은 사찰에 들러 홀로 대웅전을 지키고 있는 보살과 차를 마주하며
보낸 담소의 시간은 삶과 인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저녁에는,
손수 만든 수제 맥주를 자랑하던 이웃에 사는 후배가 식사에 초대해 공감의 시간을 가졌다.
헤어지고 집에 도착하니 후배가 시 한 편을 카톡에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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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당신 - 마종기
내가 채워주지 못한 것을
당신은 어디서 구해 빈터를 채우는가.
내가 덮어주지 못한 곳을
당신은 어떻게 탄탄히 메워
떨리는 오한을 이겨내는가.
헤매며 한정 없이 찾고 있는 것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 곳에 있기에
당신은 돌아눕고 돌아눕고 하는가.
어느 날쯤 불안한 당신 속에 들어가
늪 깊이 숨은 것을 찾아주고 싶다.
밤새 조용히 신음하는 어깨여,
시고 매운 세월이 얼마나 길었으면
약 바르지 못한 온몸의 피멍을
이불만 덮은 채로 참아내는가.
쉽게 따뜻해지지 않는 새벽 침상,
아무리 인연의 끈이 질기다 해도
어차피 서로를 다 채워줄 수는 없는 것
아는지, 빈 가슴 감춘 채 멀리 떠나며
수십 년의 밤을 불러 꿈꾸는 당신.